[야규니오]발아치
후배가 얼굴을 찡그리며 앞니를 툭툭 치는 것을 보고 사기꾼이 슬슬 다가온다.
"뭐 하냐? 충치야?"
"뭐, 비슷해요..."
"치과 가."
"이거 유치거든요. 유치에 충치 생기니까 곧 뽑을텐데 뭐하러 돈 쓰냐면서, 엄마가 참으라고 하던데요."
니오는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감탄한다.
"너희 엄마 멋있다.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키리하라는 한숨만 쉬었다. 왜 이리 이 선배를 감당하기 힘든가 했더니 이상한 데서 어머니를 닮아 그랬나보다.
"흐음. 그나저나 너, 아직도 유치가 남아 있었어?"
"이제까지 안 흔들렸는데 별 수 있나요 뭐. 근데 오늘은 많이 흔들리네요."
"오, 뽑자."
니오는 자기 가방에 수북히 든 수퍼볼들을 헤집고 실 꾸러미를 꺼냈다. 그의 가방 안에 희한한 게 들어있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지라 키리하라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켜보았다. 니오는 실을 돌돌 풀어내어 그 끄트머리를 키리하라에게 내밀었다.
"자, 묶어."
"...선배가 뽑으려고요?"
"재미있을 것 같잖아."
"어째 내키지 않는데요..."
"그 혓바닥 묶어버리기 전에 그냥 네 손으로 이빨 묶어."
니오가 정말로 혀를 뽑아낼 것처럼 무서운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키리하라는 떨리는 손으로 흔들리는 이에 실을 묶었다. 니오는 키리하라가 손을 떼자, 한 손에 실 꾸러미를 들고 몇 번 던졌다 받았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퍽 하고 손바닥으로 키리하라의 이마를 쳤다. 갑작스런 폭력에 키리하라가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니오는 사정 봐주지 않고 다시 연속으로 퍽퍽퍽 때렸다. 결국 못 견딘 키리하라가 짜증을 내며 그의 팔을 잡았다.
"왜 이러는 거에요!"
"이빨 묶어놓고 이마 탁 때리면 뽑힌다는 소리를 들었거든."
"안 뽑히잖아요!"
"그렇네. 이걸로는 안 되나봐. 더 세게 때리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내 힘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라."
니오는 선선히 손을 거둔다. 맞기만 실컷 맞고 목적 달성은 못 했으니 울화통이 치미는 키리하라가 니오를 노려보는데, 니오는 실을 더 풀더니 문 손잡이로 다가가 실과 손잡이를 연결하고 키리하라를 의자에 끌어 앉혔다. 그리고는 키리하라의 등뒤에 서서 어깨를 꾹 눌러주었다.
"자, 대기."
"예?"
"이러다 누가 오면 뽑히겠지."
"어, 언제 와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곧 부활동 시작하니까 누구라도 오지 않겠어?"
때를 짐작할 수 없는 공포에 키리하라가 바들바들 떨며 문을 응시한다. 사기꾼은 후배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느긋하게 긴장된 시간을 즐겼다. 그때 문이 열리고 반사적으로 키리하라가 비명을 꽥 질렀다. 니오는 그런 키리하라를 보며 환희에 차서 예쓰! 하고 외쳤다.
"무슨 일이죠?"
야규가 놀라서 두 사람을 본다. 니오는 너무너무 기뻐하고 있었고 키리하라는 기절하기 일보직전의 얼굴로 야규를 보고 있었다. 키리하라는 움직이면 삐걱삐걱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눈동자를 억지로 굴려 입에 물고 있던 실을 보았다. 그대로다. 문을 보니 실 꾸러미가 그냥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눈을 다시 돌리니 사기꾼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낚시여도 좋잖아? 스릴 있고. 내가 앞으로 몇 번이나 낚시를 더 할까?"
"니오 군, 행복해 보이는군요."
"야규, 나 어쩌지? 가슴이 두근두근해. 너무너무 기분 좋아. 쓰러질 것 같아."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발걸음으로 니오가 야규에게로 슬슬 다가가자 야규가 키리하라의 눈치를 살핀다.
"정말로 어쩌면 좋을까요. 당신을 안고 함께 기쁨을 나누기엔 키리하라 군의 안색이 너무 나쁜데요."
"괜찮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거들랑 그런 건 무시해도 돼. 아, 한번 더 할까? 엄청 스릴 있는데. 야규도 기분 좋아질걸."
왜인지 야규를 덥석 껴안고 니오가 기쁨에 겨워 상대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는데, 문이 열리고 유키무라가 들어왔다. 아직도 파랗게 질린 키리하라와, 그가 물고 있는 실과, 바닥에 구르는 실 꾸러미와, 너무너무 기분 좋아 보이는 니오를 보고 단숨에 상황을 파악한 유키무라는 실 꾸러미를 주워 문에 척척 설치한다.
"부장, 최고야!"
복잡하게 꼬여있는 사기꾼의 심정을 단숨에 파악하고 행동을 취해준 부장에게도 찬사를 보내며, 니오는 여전히 야규에게 기대어 선 채 반짝반짝하는 눈으로 문을 돌아본다.
"니오 군, 아무리 그래도 이를 뽑는 건 잔인하지 않나요?"
신사는 금방금방 기분이 바뀌는 사기꾼의 기쁨을 깨고 싶지는 않은지, 그를 밀어내지 않고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물었다.
"허가 났어. 흔들리는데다 충치 있는 유치라고 하니까."
"허, 허가 낸 적 없는데요..."
키리하라는 문이 열리면 혓바닥도 같이 뽑혀나가는 줄 아는지 어색한 발음으로 항의한다.
"그래요? 그럼 괜찮겠군요."
안타깝게도 신사는 거의 모든 경우에 다루기 까다로운 사기꾼의 편을 들어버린다.
"응, 그래."
니오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사기꾼의 애정을 듬뿍 담아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신사를 껴안았다. 물론 눈은 부실 문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지만. 야규는 굳이 이 참극인지 통과의롄지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파트너가 이토록 기뻐한다면야 어쩔 수 없다며 쓴웃음을 짓고 만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만 당분간 니오가 계속 기쁨에 겨워 안겨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임이 자유로운 유키무라는 아예 옷을 다 들고 와서, 문과 키리하라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안녕~"
문이 벌컥 열리더니 마루이가 들어온다. 실 꾸러미가 툭 떨어진다.
"오, 부장도 낚시 장치 한 거야?"
"음.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어쩜 우린 이렇게 잘 통하는 걸까?"
신나게 웃는 유키무라와 초췌한 후배와 야규에게 안긴 채 행복해하는 니오를 보더니, 마루이 역시 상황을 파악했는지 긴 말 하지 않고 실 꾸러미를 주워 키리하라에게 다가왔다.
"왜, 왜요?"
"확."
온 힘 다해 실을 확 잡아당기려 하자 키리하라가 경악한다. 마루이는 어깨를 으쓱하고 실 꾸러미를 문에 장치해 놓았다. 그리고 얼른 옷을 들고 와서 유키무라 옆에 서서 갈아입기 시작한다. 유키무라가 있는 장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문과 키리하라가 잘 보이는 위치다.
그 다음으로는 사나다가 들어왔고, 마루이 역시 낚시였기 때문에 이가 뽑혀나가지는 않았다. 이제 긴장이 다 깨져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는 자세로 키리하라가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사나다가 멤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니오는 사실만을 말해 주었다. 드물게도 사나다가 니오의 생각에 동조해 주었다.
"흔들릴 때 안 뽑으면 덧니 나니까."
그러면서 사나다는 실 꾸러미를 주워 문에 설치했다. 이제 끝이네, 하고 유키무라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나다는 다른 멤버들처럼 즐기는 타입이 아닌지라 그냥 문에 꽁꽁 실을 묶어놓은 것이다.
"안녕?"
문이 열리고 쟈칼이 들어왔다. 그가 인삿말을 꺼낸 순간 키리하라가 벼락 맞은 것처럼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지르더니 곧 뭔가가 딱 소리를 내며 부실문에 부딪쳤다. 저도 모르게 무언가의 스위치 역할을 해 버린 쟈칼이 입에서 피를 흘리는 키리하라를 보며 놀라 달려왔다.
"니오 군, 그런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
쌀쌀한 날씨에 떨어지는 게 좀 서운했지만 목적도 이루었고 사나다가 슬슬 잔소리를 할 테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 보았는데, 니오는 선뜻 떨어져 나가고선 문으로 날아간 앞니를 주워 키리하라에게 가져갔다.
"지붕에 던지면 새 이가 예쁘게 날 거야."
"...안 던지면요?"
"몰라. 뽑은 자리가 썩어들어갈지도."
"으어어?!"
아무렇게나 적당히 대답하고는, 니오는 일상 속에서 스릴을 맛보고 개운한 얼굴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야규도 그제서야 니오 옆으로 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을 붙였다.
"니오 군."
"응?"
"니오 군은 이 흔들리는 거 없습니까?"
"없어. 난 다 갈았으니까."
"그렇군요."
"왜?"
"아뇨. 니오 군 본인이 저런 상황이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싶어서요."
니오가 도발적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묻는다.
"내가 두려움에 떠는 걸 보고 싶기라도 한 건가?"
야규도 지지 않고 비슷한 표정을 지어 주었다.
"그때도 니오 군이 자진해서 제게 안겨 떨지, 알고 싶군요."
주위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도록, 니오에게만 보여주는 얼굴로 야규는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다. 니오는 재미없다는 듯 웃음을 거두었다.
"빨리빨리 다 뽑아서 정말 다행이군."
"하지만 늦게 뽑는 이가 있지 않습니까."
"뭔데?"
"사랑니 뽑게 되면 연락 부탁합니다."
"뭐하러 너한테 사랑니를 뽑게 해? 치과 가야지."
니오는 차갑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야규는 어깨를 으쓱였다. 먼저 다가오는 주제에 떨어지는 것도 먼저 떨어진다. 그래도 그렇게 이쪽의 배려는 하지 않는 것이 니오다웠다.
입에 솜을 문 키리하라가 부실 밖으로 나오면서 부실 지붕을 향해 뽑은 앞니를 내던진다. 별로 높이 날아가지 못하고 위쪽 벽에 맞아 바닥으로 떨어지자 울상을 지으며 그것을 주워들고 다시 내던진다. 아무래도 니오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뽑은 자리가 썩어들어갈까봐 겁먹고 있는 듯하다. 떨어지는 앞니가 뒤이어 나오는 유키무라의 얼굴로 떨어지려는데 유키무라는 가차없이 라켓 그립으로 하얀 것을 멀리 날려버렸다.
"무슨 짓이에요! 입 썩으면 어떻게 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갖고 싶으면 찾아오든가."
"너무해요!"
말로 불평하기보다 행동을 보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여겼는지 앞니가 날아간 곳으로 달려간다. 니오는 흥미를 잃었는지, 늘 그랬듯 지루하고 나른한 일상이라는 듯한 얼굴로 앞서 걸어간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해소되어서인지 그 얼굴이 평소보다 약간 온화해서, 야규는 조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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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찾아보니 발아치라는 것이 이를 뽑는 것을 말한다더군요. 신지식 늘었네. 대체 이를 뽑는다는 말을 어떻게 하면 제목으로 써먹을 수 있을까 싶어서 사전검색을 했죠. 사실 릿카이즈로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억지로 야규니오가 되었습니다.
기억상자 푸른빛 연꽃 미라크론 혼자만의 World 이어 포 뮤직 제이키드 손끝으로 만드는 행복 너에게 줄께~♡ 다육언니다 제이심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