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몰

그 노래 제목이 뭐더라?


내가 몸담은 동아리의 창립기념일이라 선배들이 많이 왔다. 어찌하여 노래방이 있는 음식점에 가게 되었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 위주로 노래를 한곡씩 불러야 했다. 급기야 내 차례가 되었다. 방에 들어가 노래를 골랐는데 아무리 찾아도 부를만한 노래가 없다.

“형, 뭐해요?”

내가 노래를 안부르자 후배 하나가 날 찾으러 왔다.

“너 마침 잘왔다. 우리 듀엣으로 같이 부르자.”

갑자기 그 노래를 부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제목을 모르겠다.

“땅거미 내려앉아 어두운 거리에...로 시작하는 노래가 뭐지?”

“아, 그 노래! 저도 모르겠는데요.”

난 필사적으로 노래책을 뒤졌지만 노래 제목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또다른 후배가 “뭐하냐”고 왔기에 사정 설명을 하고, 선배님들한테 한번 제목을 물어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후배는 함흥차사고, 잠깐 밖을 보니 선배들이 짜증난다며 절반 이상 가버렸다. 2차에 가서도 난 차 값이 5억인 외제차를 타고 온 여자 선배에게 그 노래 제목이 뭐냐고 물었는데, 결국 답을 듣지 못한 채 잠을 깼다.

 

깨자마자 네이버를 뒤졌고, 그 노래가 바로 <꿈의 대화>라는 걸 알았다. 왜 갑자기 그 노래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컴퓨터로 그 노래를 듣다보니 역시 그만한 명곡은 없는 것 같다. 워너비 어쩌고 하는 가수가 그 노래를 리메이크했던데, 내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난 그런 식으로 원곡을 우려먹는 행위를 아주 싫어한다. 015B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임에도 그네들이 나미의 <슬픈 인연>을 다시 불렀다는 이유로 예전보다 덜 좋아하게 됐다는 식으로.요즘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들리는 노래 중 상당수가 대학 때 듣던 것들, 그런 걸 보면 노래산업이 불황이긴 불황인가보다.

 

그런데 난 왜 꿈속에서 <꿈의 대화>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꿈에서 뭔가를 찾아 헤매면 아무리 많이 잠을 자도 피곤하기 마련인데, 간만에 집에 들어와 여덟시간을 푹 잔 내가 지금 피곤해 죽겠는 것도 다 그 노래제목 때문이다. 매사를 성과 연관짓는 프로이트라면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꿈의 대화는 다시 해석하면 ‘몸의 대화’라고 할 수 있어. 즉 너는... 하고 싶은 거야. 내가 요즘 노래방에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꿈의 대화’는 금영 노래방 목록에서 대략 650번쯤 되거든. 그러니까 넌 650번쯤 하고 싶은 거야.”

 

그래도 인터넷이 있어서 좋다. 원하는 걸 이렇게 바로바로 찾아 주니까 말이다. 안그랬다면 여기저기 전화해서 이렇게 물어보느라 속이 터졌을 거다.

“야...흰눈 어쩌고 하는 노래 뭐지? 연대 정신과 나온 사람이 대학가요제 때 부른 노래 말야.... 그래, 두명이서 불렀지. 뭐? 모르겠다고? 알았어. 아, 뒷골 땡겨.”

더 좋은 노래가 계속 나옴에도 불구하고 옛날 노래만 듣게 되는 게 바로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이용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날을...”을 흥얼거리고, 한남대교를 건널 때면 혜은이의 제3 한강교를 떠올리는 난 확실히 나이든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뭐, 그렇게 싫진 않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도 있는 법이니까. 노래 제목이 생각 안나는 게 답답할 때가 있지만 말이다.


기억상자 푸른빛 연꽃 미라크론 혼자만의 World 이어 포 뮤직 제이키드 손끝으로 만드는 행복 너에게 줄께~♡ 다육언니다 제이심플
2012/01/24 13:28 2012/01/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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